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협동조합 칼폴라니와 다원적경제론
홍 기 빈 KPIA 소장
불멸의 인물들이 그러하듯이, 칼 폴라니의 사상 또한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깊이와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1990년대의 지구화, 2008년의 세계 경제 위기, 그리고 지금의 생태 위기는 모두 인간과 자연과 화폐는 상품이 되어서도 될 수도 없으며, 현대 산업 사회 위기의 진정한 뿌리가 여기에 있다는 그의 가르침을 더 절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신자유주의적 상품화와 경제성장 만능주의의 최첨단에 서 있는 대한민국에서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에 모여든 우리는 참으로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경제의 목적은 나와 우리의 “좋은 삶”에 있다는 것, 그것을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조달하는 “살림살이”가 진정한 의미의 경제라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낯설고 소외된 상품으로서가 아니라 벗으로 아끼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의 자유와 도덕이 산업사회가 허락하는 풍요와 상승 작용을 이루고 이것이 다시 지구의 생명 영역을 더욱 두텁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또 그에 맞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연구소가 만들어진 뜻이기 때문입니다.
소장으로서, 우리 모두가 이러한 시대의 역할을 감당하는 데에 똘똘 뭉쳐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폴라니의 생각과 메시지가 책 속에 누워있는 활자가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신에 스며들어 삶과 행동을 바꾸는 활구가 될 수 있는 여러 활동을 기획하고 조직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청합니다. 인간이 모래알이 되어 서로 경쟁하며 짐승처럼 각자도생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지구가 허락한 이 소중한 생명 영역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시대도 끝났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인간, 새로운 자연을 일구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일은 지금 막 시작되고 있습니다. 막연히 먼 곳을 헤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곳에서 우리 옆에 있는 이들과 함께 이러한 삶을 새로 시작하도록 합시다.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는 그러한 세상이 시작될 수 있도록 사상, 이론, 제도, 정책, 활동 모든 분야에서 전력을 다하는 엔진이 되겠습니다.
2018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