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통첩게임을 통해 ‘인간은 남을 생각하고 배려한다는 것’과 ‘인간은 손해를 보더라도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 응징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가정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이야기했다.
또한 ‘협력’하는 인간에 대한 근거를 진화생물학인 마틴 노박이 5가지 규칙을 정리했다.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혈연관계의 사람을 돕는 ‘혈연선택’, 단골이나 평판과 같이 장기적인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협력하는 ‘직접 상호성’과 ‘간접 상호성’, 그리고 협력하는 집단이 그렇지 못한 집단에 비해 얻는 이익이 많기 때문에 발생하는 ‘네트워크 상호성’과 ‘집단 선택’이 협동의 규칙이다.
이 두가지를 통하여 인간은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며 남이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상호적 존재이다. 이기적 인간을 근거로 한 시장경제학의 근원적 한계와 이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시장경제 하나의 원리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시장 경제의 수익 극대화 논리에서 벗어나 상호성의 원리를 통해서 연대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의 경제 상황을 시장경제로만 해석하지 말고 공공성의 범주에 대해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공급 방법을 논의하는 ‘공공경제’와 세대를 넘어선 지속가능성과 공존을 이야기하는 ‘생태경제’, 시장경제를 포함한 사회적 경제로 ‘다원적 경제 모델’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민주적으로 경제가 운영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신뢰와 협동을 전제로 한 사회적경제를 만들어가기 위해 시민사회의 협동의 제도와 규범을 만들고 사회적경제 단체와 지방자치단체와 네트워크를 조직하여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하였다.
이어 이정옥 교수(대가대 사회학과)의 사회로 활동가들과 대담이 이어졌다.
원글 바로가기: 칼 폴라니, 신뢰와 협동의 경제로 답하다
• 사회자(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이정옥 교수)
오늘은 협동조합 간 협동원칙을 확인하는 자리다.
대구 지역에서 몸으로 느끼는 협동의 가치를 실현해주시는 귀중한 세 분을 모셨다.
• 유길의(안심협동조합 이사장)
칼 폴라니도, 막스나 그람시 등과 같이 한 시대에만 유행하는 담론으로 그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칼 폴라니의 이론이 실천적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심 마을의 경우, 2007년에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자고 결의하고 1년이 훌쩍 넘어 어린이 도서관을 오픈 했다. 1,500만원을 마련하는데 1년 10개월이 걸렸다. 2012년 초부터 안심마을 공동체가 시작되면서 100만원 이상 내는 사람이 2, 30명 참여했다. 2013년도에는 마을학교‘둥지’가 만들어졌는데 300만원 출자금을 내는 학부모가 나왔고, ‘공터’가 만들어 질 때는 1천만원 이상 출자금을 내는 조합원이 있었다. 앞의 활동을 통해 신뢰가 쌓여갔고 신뢰가 사람을 매개한 결과라고 본다. 관계 속에서 경제적 이해나 위험을 뛰어넘는 신뢰가 형성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질문① 우리 조합은 조합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을 어떻게 공동의 관계망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경제적 관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질문② 유사한 유기농 판매장이 안심 유기농 매장 옆에 생겨나기도 한다. 또 사회적경제 영역이 공공시장에 물건을 팔려고 애쓰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진정한 시장경제, 공공경제와 사회적경제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회적경제가 공공경제와 시장경제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 사회자
조합원이 많아질 때 탈익명성과 직접적관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문제, 압도적 우위에 있는 공공경제, 시장경제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경제가 공생하는 방안은 무엇이며, 협동조합과 협동조합 간 협동의 문제를 지적해주셨다.
• 이은희(대구행복아이쿱 이사장)
소비자로서 우연히 물품을 구매하다 조합원이 되었고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다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내가 만약 대형마트를 애용하는 사람이었다면 우리가 지금의 사회, 경제에 참여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생협의 고민은 어떻게 조합원을 적극적으로 조합에 참여시킬까 하는 문제다. 모임에 나와 앉아있는 것을 넘어 이제는 자본까지 참여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질문③ 과연 협동조합이 사회적 관계를 복원시킬 수 있을까. 현재 사회적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사회자
사회가 경제를 끌고 가는 시스템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대담한 질문 이었다.
• 박성익(아울러 대표, 링커)
유럽에서 있었던 일이다. 독일인 친구와 얘기를 했다. 취업이 안 되면 프랑스나 독일 친구들은 데모를 일으킨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취업 안 되면 내 스펙이 모자라구나 라는 생각을 먼저 한다.
질문④ 2,30대 학생을 만나보면, 주변 환경과 무관하게 개인 스스로 힘없는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젊은 세대가 많다. 이와 같은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사회자
젊은이에게 어떻게 자기 정체성과 의미를 회복시켜 줄 것인가 하는 질문이었다.
• 홍기빈(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인문학, 종교에 걸쳐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느낌이다. 아무것에서도 삶(인생)이 해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산다는 의미가 카드빚/대출 갚는 것, 노후준비 하는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
우리가 자주 본다고 신뢰가 꼭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계가 형성되어 가는 과정을 보면,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삶의 가치와 의미가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삶의 의미는 시장경제나 공공부문에서 줄 수 없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만 생성된다.
사회적경제는 기능적 조직이 아니다. 사회적경제의 핵심 요소는 인간이 인간관계에서 서로에게 삶의 의미가 되어준다는 것에 있다. 20대가 가지는 무기력은, 사회가 지나지게 기능화 된 상태에서 사람이 원래가지고 있던 생명을 뺏긴 데서 기인한다. 이것을 사회적 관계 복원을 통해 회복시킬 수 있다.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좋은 삶의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명시화하고 이에 근간해서 제도를 만들어 보는 것을 반복할 때 사회적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과 시장경제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답한다면, 경쟁은 피할 수 없다. 다만 불리한 싸움을 피해야 한다. 협동조합이 일반기업과 싸울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잘할 수 있는 싸움, 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에 한해서 협동조합의 사회적 성격을 명료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정태인(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
역사적으로 시장경제는 2-300년에 불과하다. 공공경제는 국가가 생기면서 만들어 졌기 때문에 오래 잡아도 1만 년 이다. 그 이전에 우리는 사회적경제 형태로 수백만 년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경쟁이 아니라 협동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했다. 진화심리학자의 연구에 따르면 유인원과 인간은 협동 하느냐 안 하느냐로 나눈다고 한다. 경쟁을 강조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탈리아 어느 지역에서는 시장경제와 사회적경제를 구분하지 않는다. 거기서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경제가 시장경제를 압도한다. 농산물 가격이 출렁이지 않고 안정적이다. 그런 곳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설 수 없다.
사회서비스 영역으로서 사회적경제 영역은 장점이 매우 크다. 서비스가 관계를 통해 제공될 때 만족감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민영화라는 개념은, 협동조합이 발달한 곳에서 국가의 역할을 협동조합의 활동으로 옮기며 비용 절감과 만족감 상승이라는 효과로 이해되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마을 내 1차 의료기관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 그런 의료기관이 의료 생협형태로 바뀔 수 있다면 매우 효과적인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KTX가 생기고 정차하지 않는 간이역이 문을 닫고 있는데, 렌트카 협동조합과 코레일이 만나면 충분한 아이디어로 간이역을 살릴 수 있다. 또한 자영업자가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체국 등과 결합해보는 시도도 좋다. 이 외에도 복지기관, 공공기업이 마을 단위의 사회적 경제조직과 결합하는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것이 마을을 살리고 공동체성을 살리는 지금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