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으로 흐뭇하고 한편으로 어리둥절하다. 7월 초 개강한 제1기 폴라니학교 수강생을 모집하면서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장(48)은 20~30명만 모여도 성공이겠거니, 내심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지원자가 80명 가까이 몰린 것이다.
돌이켜보면 폴라니 열풍이 처음은 아니다. 경제학자인 칼 폴라니(1886~1964)가 한국 사회에 본격 알려진 것은 2010년을 전후해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제가 자기조정 능력을 갖고 굴러간다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아이디어는 현실에서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에 불과하다는 그의 주장이 금융위기 이후 혼돈에 빠진 지식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시사IN 윤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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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니로 석사 논문을 쓴 이래 그의 저작을 꾸준히 번역해온 홍씨도 잇단 강연·기고 청탁에 덩달아 바빠졌다. 엉겁결에 ‘폴라니 전도사’가 돼버린 셈이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학문적 유행을 좇는 지식인에게 폴라니는 곧 잊히는 듯했다. 대신 폴라니는 다른 데서 살아났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 새 길을 모색하는 실천가들에게 그의 사상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인간은 저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개성적 존재이며, 경제는 이 같은 인간의 살림살이를 위해 존재한다는 게 폴라니 사상의 출발점이다”라고 말하는 홍씨는 현재 진행 중인 대중 강좌(6주 과정) 외에 폴라니 심화학습 과정(10주 과정)도 개설할 계획이다. 연구소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이들 강좌를 할인가로 수강할 수 있다(www.kpia.re.kr).
2015년 7월 21일 시사인 김은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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