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나온 개정 3판이다. 초판은 1979년이다. 진보경제학 진영에서는 경제학설사의 교과서로 꼽는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1982년에 소개돼 진보경제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3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의 상황까지 다뤘다. 2008년 위기는 곧 정통 주류경제학의 위기였다. 정반대 편에 서있는 진보경제학의 대표주자로서, 저자는 꼭 짚어야 할 변곡점이었다.
‘E.K.헌트의 경제사상사’ -시대의창/E.K.헌트ㆍ마크 라우젠하이저 지음, 홍기빈 옮김 |
애덤 스미스부터 21세기 자본주의까지 250년 간의 경제사상사를 훑었다. 경제사상과 경제이론을 모두 다뤘다. 분량에 압도된다. 무려 1100쪽이 넘는다.
그렇다고 백화점식 나열은 아니다. 한 주제를 논의하는데 유의미한 인물들을 취사선택하고, 저자가 개인의 시각과 해석을 담아 이야기식으로 풀어냈다. 분량과 달리 내용에는 압도되지 않는 이유다.
저자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로 제시한 것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이다. 즉 경제현상을 사회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여러 계급 집단들이 모여서 벌이는 생산이라는 관점에서 파악할 것인지(‘사회적 생산’), 아니면 스스로의 이익을 최대한 충족시키려는 모래알과 같은 개개인들의 교환에서 빚어지는 일종의 자연현상으로 파악할 것인지(‘개인들의 교환’)를 이분법으로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고전파 경제학은 애덤스미스부터 카를 마르크스에 이르기까지(그리고 저자도) 전자의 입장이다. 반면 오늘날 정통 주류로 분류되는 신고전파 경제학은 후자의 입장이다. 번역자는 저자가 이 책 14~16장을 통해 후자의 기초가 되는 명제들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면서 “특히 16장이이야말로 이 저서 전체의 장점과 논지를 모두 압축해 놓은 압권이요, 백미”라고 말한다.
김필수 기자/pils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