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대변인 겸 공보수석이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김영삼 정부의 가장 큰 실책에 대해 “노동법 날치기 통과였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23일 오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김영삼 정부에 대해 “군사권위주의를 해체한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에서 정말 획기적인 공로였다고 생각한다”며 “하나회 척결, 역사 바로세우기도 있었지만 군인이 정치에 개입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든지 오랜 시간 누려오던 군사적 권위주의를 완전히 해체해 버렸다. 두고두고 평가를 받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윤 전 장관은 “임기 말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게 있다.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문민정부가 법안을 날치기 통과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오점이기도 하다”며 “그게 큰 후유증을 가져왔다”고 했다.
이어 “야당과 노동계가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극렬하게 반발해서 안 그래도 임기 말 국정 수행의 동력을 많이 잃은 상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국정쇄신이 결정적으로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1996년 12월 김영삼 정부 당시 여당이던 신한국당은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대체근로제 도입을 골자로 한 노동법 개정안을 새벽에 ‘날치기 통과’를 시켰다. 야당과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했고 노동계는 30만 명 규모의 총파업을 1997년까지 이어갔다.
아울러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날 오전 같은 매체에서 김영삼 정부의 오점을 정리해고 제도 등을 도입한 노동 분야에 있다고 지적하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과 흡사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1996년 말에 노동개혁(이 현 정부의 노동개혁과 비슷하다)”며 “당시 민주노총이 국민들의 신망도 얻고 있었고, 굉장한 힘을 보여줬다. 당시 대표가 권영길 위원장이었는데, 나중에 대선까지 나오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일반해고가 핵심이다. 현수막을 보면 ‘노동개혁이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고 써있지만 사실은 관계가 전혀 없다”며 “임금피크제를 하면 물론 기업이 어느 정도 돈을 남기기는 할 텐데 그것을 가지고 다시 청년을 다시 고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의 상태에서도 해고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번 노동개혁 입법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구조조정을 할 수는 있는데 필요한 것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사실은 구조조정을 해서 경제가 살아난다면 모르겠지만 (경제가 살아나는) 조건은 수출이 확 늘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지금 수출이 늘어날 수가 없다. 이럴 경우 오히려 내수가 늘어나야 한다”며 “하지만 구조조정은 오히려 내수를 축소시키는 거다.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노동계 전체하고 경영계 그리고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도 올려주지만 생산성을 높이는 그런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