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모바일’을 소개한다. 서울 마포 지역의 공동체이익회사 (주)굿바이가 운영하는 온라인 휴대폰 쇼핑몰이다.
이 사이트에 가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소비자는 물건의 이윤이 얼마이고 그 이윤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굿바이에서는 소비자가 물건에 대한 이윤을 인지하고 그 이윤의 배분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능동적 소비라고 명명했습니다.” ‘피플 모바일’은 그 능동적 소비라는 실험의 첫 단추로 기획된 것이리라.
자본주의 경제는 이윤의 논리로 조직된다. 영리기업의 회계장부에 이윤과 자산 가치가 어떻게 확장되는가를 원칙으로 세상의 만사만물을 재배치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 소비자는 그저 상품을 수취하고 대금을 지불하는 존재로서만 나타난다.
그리고 이상적인 소비자는 가급적 많은 상품을 꿀꺽꿀꺽 삼켜주고 또 군말 없이 돈을 내어놓는 존재로, ‘호갱님’이라면 제일 좋다. 19세기 말 미국에서 생겨난 광고업을 필두로 지난 100년간 현대 자본주의는 이렇게 소비자들을 어르고 협박해 양떼를 치듯 관리하며 그들의 구매력을 쪽 빨아내는 온갖 기법을 발전시켜 왔다. 그 결과 소비자란 사람이 아니라 “돈과 상품이 교차해 통과하는 경로”로 여겨지고 있다.
이제 우리 소비자들이 일어서서 이러한 100년의 흐름을 뒤집기 시작할 때가 되었다. 물론 한 개별 소비자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은 극히 작아 무시될 만도 하다. 따라서 내 알량한 지갑과 통장을 이용해 내 맘대로 세상을 바꾸고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면 누구나 비웃을 것이다. 바로 그러하다. 자본주의에서 소비자가 ‘호갱님’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은 뿔뿔이 흩어진 개인으로 파편화되기 때문이다. 조직이 없는 개별의 생산자와 노동자가 대기업과 고용주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존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나 한 사람’이라는 개인만의 입장과 이해 득실을 떠나 일정한 생각과 요구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흐름’에 합류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영리기업들만 반기는 프로슈머나 애드슈머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단순히 어떤 사안과 관련해 거부 의사를 표명하는 소비자 불매운동에 그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소비 행위가 그러한 ‘흐름’을 이룬다면, 세상의 돈과 사물의 흐름을 보다 적극적, 능동적으로 바꾸어낼 수 있고 또 그를 통해서 새로운 관계를 일구어내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오늘날의 소비자는 심지어 ‘개인’도 못 된다. 최신 통계기법과 빅데이터로 무장한 자본은 이제 소비자를 하나의 ‘확률적 사실’로 만들어버렸고, 그 욕구와 지출에 대한 지배와 통제는 더욱 완벽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티끌만도 못한 존재가 된 우리 소비자들은 함께 모여 황사의 흐름을 만들면 된다. ‘피플 모바일’과 이것이 꾀하는 ‘능동적 소비’의 개념은, 우리가 이미 상당한 힘과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 주고 있다. 나는 개통 수수료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고, 그 액수가 몇십만원이나 되는 줄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그 돈의 향방의 결정에 내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줄도 이번에야 알았다. 물론 설령 알았다고 해봐야 나 개인 차원에서라면 그런 지식이 무슨 소용이랴. 하지만 ‘피플 모바일’ 덕에 나 같은 티끌 또한 가능성과 방향을 얻은 셈이다.
사회운동단체들은 막대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항상 재정 부족에 손발이 묶이고 그 활동가들은 말할 수 없는 개인적 희생을 감수할 때가 많다. 우리 먼지들이 뭉치기만 하면 이들을 도울 사회기금 100억원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휴대폰 바꾸실 때가 된 분들은 검색창에 ‘피플 모바일’을 치시라. 옆사람에게도 알려 주시라. 능동적 소비의 ‘황사’가 되어 세상을 한 번 덮어보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홍기빈 연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