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안호균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년 5개월 간의 임기를 마치고 당으로 복귀한다.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은 ‘초이노믹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과감했지만 재임 기간 동안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최 부총리는 세월호 사고의 여파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던 지난해 7월 취임했다. 그는 취임 후 위축된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회복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과감하게 확장적 재정·통화정책 기조로 전환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정부는 최 부총리 취임 직후 41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책을 단행했고 그해 10월 내수 회복세를 견인하기 위해 위해 5조원을 더 풀었다. 올해 들어서도 추가경정예산 올해 들어서도 메르스 사태로 경기 침체 조짐이 나타나자 2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고 지난 10월 9조원 가량의 추가 재정보강책도 내놨다.
정부가 지난해와 올해 경기부양을 위해 늘린 재정 규모만 82조원에 달한다. 올해 정부의 세출 예산이 2014년보다 20조2000억원(5.7%)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최 부총리 재임 기간 동안 100조원에 가까운 돈이 더 풀린 셈이다.
실세 경제수장의 진두지휘 아래 통화당국도 경기부양에 동참했다. 2013년 5월 이후 기준금리를 1년 이상 동결해 왔던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4차례나 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는 2.25%에서 1.50%까지 낮아졌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 규제도 풀었다.
올해 들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로 내수 시장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개별소비세 인하를 단행하고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유통행사를 열어 소비 살리기에 나섰다.
이렇게 과감한 경기부양책으로 부동산 거래량이 늘고 올해 하반기부터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회복될 조짐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3년(2.9%) 이후 2년 만에 다시 2%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부진이 11개월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실물 경기도 바닥을 기고 있다.
내년 전망도 암울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상했지만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수준에 머물 경우 우리 성장률도 2.6%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는 최근 전 세계 교역이 동반 부진에 빠진데다 국내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잇따라 터지는 등 외부적 요인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임한 뒤 세월호 여파 때문에 어려웠고 여러가지 대책을 써서 지난해 하반기로 가면서 좋아졌지만 그 모멘텀이 메르스 사태로 다시 휘청했다”며 “그 여파가 6개월~1년 갈줄 알았지만 신속하게 극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으면 (올해) 3% 후반에서 4%에 가까운 성장을 할 수 있었지만 수출이 올해 성장률에 마이너스 기여를 했다”며 “우리가 잘해서 (어려움을) 극복한 부분이 있지만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노력 만으로 극복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악재들을 감안해도 최근의 성장세 둔화를 낙관적으로 바라보긴 힘든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세계 평균을 밑돌고 있다. 또 올해와 내년에도 2%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6년 연속 세계 평균을 하회하는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 부총리가 취임 이후 내놓은 각종 단발성 부양책의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금융·통화당국이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과감하게 금리를 내리고 LTV·DTI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부채가 폭증했다. 최 부총리 취임 전 1035조원 규모였던 가계부채는 1년 5개월 만에 170조원 이상 늘어 올해 연말이면 12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재정 투입을 100조원 가까이 늘리면서 나랏빚도 급격하게 늘었다. 연초 527조원 규모였던 국가채무는 연평균 60조원씩 늘어 올해 말 595조원, 내년 말 64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2014년 35% 수준이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내년 말이면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를 돌파할 전망이다.
최 부총리 임기 중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치로 올라선 것은 성과로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지난 19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긍정적)에서 역대 최고치인 Aa2(안정적)로 상향조정했다. 우리나라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Fitch)사 신용등급에서도 역대 최고치인 AA-에 올라있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나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신용위험지표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 상승이 정부는 미국 금리인상 이후에도 자본 유출을 방지하는 방어벽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의 기초체력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등급 상승이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국가신용등급 상승은) 위기 원인을 키우고 대응을 안이하게 해 더 큰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며 “지금은 1997년 위기 때와 너무도 같은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오 교수는 “1997년 위기 발발 한달 전까지 한국의 신용등급은 ‘AA-‘까지 올라갔고, 그 결과 외국인 자본유입으로 원화가 고평가돼 수출이 감소했다”며 “결국 위기가 발발하자 신용등급이 연이어 급락하면서 외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1년 5개월간 ‘최경환 경제팀’의 성과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최 부총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과감한 부양책으로 경기 침체를 막는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 등이 잇따라 좋은 성적표가 나오기는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시작했던 것을 감안하면 경기를 부양하는 측면에서는 아주 좋은 점수는 아니지만 선방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부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최 부총리가 처음 취임할 때는 ‘가지않는 길을 가겠다’며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쓰겠다고 했지만 그것은 하지 않고 부채를 늘려 경기부양을 하는데 집중했다”며 “온갖 것을 다했지만 성장률은 오히려 떨어졌고 가계부채만 늘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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