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더민주의 김현종 영입, 점점 더 의심스러운 김종인

[게릴라칼럼] ‘한미 FTA 전도사’ 영입한 더민주가 미덥지 못한 이유

 

기사 관련 사진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8일 국회에서입당원서를 제출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소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주말, SNS 상에서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부 더민주 지지자들에게 뭇매를 맞았다. 20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이었다. 다소 날선 장 의원의 화살은 지난 18일 더민주가 영입한 김현종 전 한미 FTA 통상교섭본부장을 향하고 있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에 부쳐. 국민여러분께서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 당이 용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용서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의문이다. 당 지도부는 영입을 철회해야한다.”

장하나 의원의 주장에 지지자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런 얘기는 당내에서 해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지시했던 것이 한미 FTA다”, “당론과 다른 주장은 SNS에서 하지 말라”는 댓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할 말을 했다”, “최악의 영입이다” 등 정반대의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더민주의 김현종 영입, 과연 용서와 철회가 필요한 사안인가.

‘김현종 영입’과 ‘더민주’의 우클릭

“더 늦기 전에 ‘비상체제’로 돌입해야합니다. 정계, 재계,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제는 지역과 전략 위주로 체결하는 메가FTA를 주도하고, 우리 자유무역구와 중국 자유무역구를 상호 개방하여 금융, 의료 서비스 등이 진출해야 합니다.”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의 입당 인사 중 일부다. 한미 FTA를 주도했던 그가 이제는 ‘메가FTA’를 주장하고 나섰다.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는 “제 깊은 곳으로부터의 음성”(?)을 들었다며, “구한말과 같은 국제적 상황 위기에 처한 국가와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정치를 입문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제’와 ‘국제외교’를 강조했다.

“저는 장관급인 대한민국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세계 45개국과의 FTA 협상을 진두지휘하며 대한민국의 글로벌 진출 1.0 시대의 후반부를 참여정부에서 국민여러분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제 글로벌 진출 2.0시대를 정치인으로서 국민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국제기구인 WTO, 대한민국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 UN대사, 개인기업인 삼성해외법률사장을 두루 거쳤습니다. 그러나 정치신인으로 입문합니다.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되살리고, ‘우리나라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겠습니다.”

김현종 전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종 영입’카드와 함께 더민주의 ‘우클릭’ 행보와 김종인 대표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늘어가고 있다.

한미 FTA 논란 당시,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 단장이었던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한미 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의 공저자이기도 한 그는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야당의 우편향’ 걱정한 이들에게 던진 메시지

기사 관련 사진
▲ 생각에 잠긴 김종인 비대위원장 지난 12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실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현종 전 통상본부장이 더민주당에 ‘입사’했다. 저어기 강남 어디에 공천한다고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영입했다지만, 실상 문재인 전 대표가 역할했지 싶다. 그런데 입사소감이 흥미롭다. TPP 등 ‘메가 FTA’를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고 한다. 뭐 현장을 떠난 지 오래돼 업무 감이 현저히 떨어지나 보다. 가당찮은 소릴 하고 있다. TPP는 더민주나 이 분이 주도 안 해도 이미 하기로 되어 있다.

그리고 개성공단은 폐쇄해도 된다고도 했다. F22, 핵잠수함이나 등등을 미국이 내주면 말이다. 이 또한 국제정치맹이나 할 법한 가소로운 소리다. 개성공단은 박근혜 이전에 미국이 진즉부터 손톱 밑에 가시처럼 여겨왔다. 한미일 3각 동맹에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긴 뮐 준단 말인가. 나 이 분과 국회 공청회등지에서 수차례 논쟁한 바 있다.

이 분 왈, 한미FTA협정문에 개성의 ㄱ도 없지 않느냐는 나의 면박에, ‘아니다 한미FTA를 통해 수많은 개성공단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협정문에 개성공단을 넣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식의 답변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앞장서 개성공단을 부정한다.

그리고 한중이 자유무역지구를 서로 개방해 금융, 의료를 진출하잖다. 참 삼성스러운 발상이다. 금융을 주력으로, 또 의료민영화도 주도하고 싶은 모양이다. 기업이익이 국가이익이라고 삼성 사장 시절에 말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지금 중국이 한국이 사드배치하면 힘과 행동을 보이겠다고 하는 판에 참 물정모르는 소리한다, 이 또한 감이 떨어져서 그런 듯 싶다.

다시 더민주당에 묻고 싶다. 당신들 누군가? 백남기 선생같은 분이 얼마나 더 나와야 만족할런가.”

‘한미 FTA 반대’ 대표선수였던 이해영 교수, 김현종 전 본부장의 입당 소감에 대한 비판에 몹시도 날이 서 있다. 이해영 교수는 TPP 등 메가 FTA와 개성 공간 폐쇄, 한중 자유무역지구 등 조목조목 간결하고 집중력있게 반박했다. 이 교수뿐만 아니다. 더민주의 ‘김현종 영입’은 ‘야당의 우편향’을 걱정해왔던 이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한미 FTA 전도사를 영입한 것을 보면, 더민주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이라며 “김종인씨는 자신의 사적 생각과 당의 정체성과 관련된 공식적 정책을 구별할 줄 알아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역시 쓴소리를 냈다.

“더민주당이 김현종을 영입했단다. 한미 FTA의 그 김현종, 이후 삼성 이사로 밥벌이를 한 그 김현종이다. 더민주당은 앞으로 나에게 뭔가 같이 하자고 말하지 말라.”

박근혜 정권과 더민주, 무엇이 다른가

‘한미 FTA 전도사’와 경제 외교 전문가 사이, 김현종 전 본부장을 향한 시선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더민주가 가리키는 ‘경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점이리라. 그 공과를 가리기에 앞서 한미 FTA와 서민과 진보정치와 거리가 멀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장하나 의원은 김현종 전 본부장이 “미국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고 했다던 지난 2011년 위키리스크가 폭로한 미국 외교 문건을 예로 들기도 했다. 일례로 의약품 수입 협상과 관련, 통상교섭대표단을 통솔했던 김현종 전 본부장이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도록 싸웠다(fighting like hell)”고 말한 부분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 더민주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나 대통합민주신당과 그 주축인사들이 이명박 정부 당시 한미 FTA를 반대해왔다는 과거를 놓고 볼 때, ‘김현종 카드’는 더민주의 ‘우편향’ 인사 논란을 부채질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또 UN대사로 승진(?)한 뒤, 그가 “개인기업”이라고 칭한 “삼성 해외법률 사장” 이력도 논란을 부추기긴 마찬가지다. ‘고졸신화’ 유명해진 양형자 전 삼성전자 상무의 영입과 달리 김현종 전 본부장이 전형적인 ‘금수저’ 출신에 ‘삼성 사장’까지 지냈던 이력은 의구심을 더하는 대목이다. 과연 그가 외치고 자신감을 피력하는 ‘경제’와 ‘외교’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에 천착한 것과 과연 어떻게 다를지 말이다.

지난 18일 임동원·백낙청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 “평화·통일의 시대적 사명을 통감하지 못하는 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종인 대표의 “북한궤멸론” 발언을 포함해 야당의 정체성과 우클릭에 심각한 수준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야당은 ‘선거 승리’도 추구해야 하지만 동시에 ‘수권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 이 땅에서 평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도대체 박근혜 정부와 야당이 무엇이 다르냐?’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무엇이 달라지겠느냐?’고.”

‘김현종 카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지금 더민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더민주가 승리하면, ‘창조경제’가 아닌 ‘서민경제’를 우선시 할 것이라 장담할 수 있겠는가.

원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