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왜 아무도 위기가 오는 걸 예상하지 못했나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국의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을 불러 놓고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시 세계는 자유경제의 거품이 손쓸 틈도 없이 한순간에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바라봤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수십년 만에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의 그늘 또한 크게 자리 잡았다.
이처럼 비정상이 된 경제를 우려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책 두 권이 최근 잇달아 출간됐다.
‘비정상경제회담’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경제 정책을 만드는 데 공헌한 원로 경제학자 8인의 토론을 정리한 책이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 윤원배 숙명여대 명예교수,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이동걸 동국대 초빙교수, 최정표 건국대 교수, 장세진 인하대 명예교수, 허성관 전 동아대 교수가 그들이다.
이들은 한국 경제를 바로 세울 아이디어를 찾고자 2015년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토론모임을 열고, 양극화·부패·가계부채·노동·재벌·관료개혁·재정·경제성장 등 8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했다.
‘헬조선’, ‘금수저·흙수저’ 등 최근 논란이 되는 여러 사회문제를 두고 벌이는 열띤 토론이 마치 현장을 중계하듯 책 속에 그대로 담겼다.
‘경제인류학 특강’은 생산·교환·소비·효용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른바 ‘인간의 경제’를 다룬 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2년 전인 2006년 6월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칼 폴라니를 재조명하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을 크리스 한 독일 막스플랑크사회인류학연구소장과 키스 하트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가 재구성한 것이다.
책은 경제를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의 경제학이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둔 경제인류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와 같은 전통적인 경제재뿐 아니라 교육, 안전, 건강한 환경 등 공공재에 대한 필요 욕구, 나아가 인간의 존엄과 같은 무형의 욕구까지 논의에 포함했다.
저자는 “경제인류학이 던지는 질문은 인간 본성과 행복에 관계된 것들로서 아득한 옛날부터 모든 사회의 철학자들에게 중심적인 질문이었다”며 “시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인류가 만들어 낸 창조물인 경제인류학이 이런 ‘인간의 경제’가 어떤 것인지를 밝혀낼 수 있는 학문이라고 옹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