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 대한 단상(斷想)1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을 읽고
유영우
(논골신협 이사장/서울협동조합협의회 조직위원장)
시대적 과제 –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 실현
1990년대 구소련의 붕괴이후 급속한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과 함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승승장구하던 자본주의 체제에 대하여,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저명한 세계의 석학들은 ‘향후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은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저명한 세계의 석학들은 ‘향후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적 경제발전은 불가능한 시대가 오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세계경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자본주의는 1%의 소수에게 부가 편중되어있으며, 나머지 99%는 극심한 빈곤으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심화되는 빈부격차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는데, 특히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며 사회양극화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문제에서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하며, 사회양극화 해소가 중요한 국정과제이며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제민주화, 보편적복지 실현이 우리사회의 주요한 화두이자 시대적과제로 대두되었다.
새로운 대안 – 협동조합운동 활성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면서 정치, 사회, 경제영역의 많은 사람들이 협동조합을 자본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고 사회양극화를 해소 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하며, 향후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 실현에 한 축을 담당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이후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후 현재 약 9,400여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었다. 이렇게 협동조합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관심 속에서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건강하고 건전한 협동조합으로 뿌리내리고 발전하여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 실현에 기여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적인 성장에서 – 질적인 성장으로
익히 알고 있듯이 2015년 기획재정부의 협동조합 실태조사에서, 기 설립된 전체 협동조합의 사업 운영률이 50%대에 머물고 있으며, 또한 사업을 운영하는 조합들의 대다수가 영세하며 적정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협동조합기본법과 충돌되는 타 관련법에서의 역차별 문제, 협동조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지닌 일부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보수적인 시각,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족 등 범사회적 환경이 성숙되어 있지 못한 측면도 존재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협동조합 참여자들의 품성과 자세 및 의식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어려운 환경과 조건을 극복하고,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을 통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경제적 성장에 기여하는 건강한 협동조합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뼈를 깎는 성찰과 각고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호세마리아 신부(사진출처:칼폴라니연구소)
또한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 된지 4년차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향후 협동조합 발전의 튼튼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는 이제는 양적인 성장과 함께 질적인 성장에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호세마리아신부의 생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과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질적인 성장은 –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에서부터 출발
협동조합은 사람 중심이다.
‘협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호세마리아신부님은 이야기 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호세마리아 신부님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의 이상은,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하며, ‘사람이 먼저이고, 협동조합은 나중이다’라고도 이야기 한다. 이와 같이 협동조합은, 사람 중심으로 서로 협동하고 연대하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 개개인의 성찰과 발전, 책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숙한 민중은, 부와 명예보다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공존방식을 고민하는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협동조합 또는 사회발전의 토대는 개인의 도덕적 발전이 토대가 된다’라며 조합원 개개인의 자아발전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협동조합운동을 통하여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선 확보는 각 개인의 이타심으로부터 출발 한다’라고 하면서 ‘협동하되 이기려 들지 말고, 창조하되 소유하려 들지 말고, 진보하되 지배하려 들지 말라’라고 한다. 그리고 조합원들의 책임성을 강조하면서 ‘건강한 협동조합운동의 기초가 튼튼하려면 책임감을 깊이 느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라고 이야기 한다.
협동조합운동의 지속성은 교육으로부터 출발한다.
‘협동조합이 정체되지 않으려면,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훈련시켜야 하고, 교육과 훈련이 경제적 이윤이나 투자수익보다 훨씬 더 수익성이 높다’라고 이야기 하며 ‘교육은 피와 같아서 사람들에게 협동과 품격을 부여 한다’라며 교육을 중요성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또한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과 리더쉽 양성은 경영의 안정화에 기여하기에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꾸준히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하며, 협동조합 교육을 단순히 협동조합의 발전적 토대를 쌓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진보적인 사회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인식하며 ‘협동조합주의는 교육적 수단을 활용하는 경제운동이며, 또한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교육운동이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편 협동조합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도록 인간교육을 해야 하며, 또한 필요한 활동에 적절한 수준을 보장 할 만큼 자본화 과정도 끊임없어야 한다’라고 조언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협동과 연대를 통하여 확장되고 성장한다.
‘연대한다는 것은 타인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뿐 만아니라 그들이 되어야 하는 모습까지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하며 ‘연대의식을 갖추고 협동조합에 기꺼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사람들은 공동선을 위하여 자신의 것을 양보할수록 효과적인 연대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조합원 개 개인들의 연대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품성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효과적인 연대를 위해서는 ‘공동선을 얼마나 달성하느냐는 보통 협동조합 사람들의 규율과 상호 신뢰의 정도에 달려있다’라고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리고 ‘협동조합기업을 지탱하는 것은 연대이고, 연대의식은 우리가 서로 신뢰할 때만이 가능하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한편 협동조합운동의 확정성과 관련되어서는 ‘협동조합운동은 연대, 정의와 자유라는 깊은 뿌리를 내려야 하고, 이와 동시에 경제, 금융, 사회, 정치 분야의 조직들을 개조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물론 협동조합운동의 근본정신과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라고 이야기 한다. 이와 같이 협동조합의 경쟁력은 협동과 연대에서 나온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협동조합운동은 단순히 사업체가 아니라 사회적 변혁을 지향한다.
‘협동조합운동이 사회의 저변에서 기획되어 발전된 것이 아니라, 나아가 교육환경과 사회관계 및 경제생활에 스며들지 못한다면 그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말 것이다’라며 지역사회와의 관계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중요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운동은 뿌리 깊은 민주주의에 부합하며, 자유를 향하는 실질적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시민과 노동자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유와 복지를 추구하고 쟁취하기 위한 시도였다’라며 민주주의와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다. 그리고 ‘협동조합은 단순히 사람의 발전을 위한 길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공동체(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길로 제시된 것이다’라고 하며 ‘협동조합은 인간을 통합시키고 경제적, 사회적 과정에 정의를 실현하여 새로운 사회 질서를 창조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라고 증언하고 있다.
- 이 글은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설립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던 호세마리아신부님의 생각을 정리한 ‘호세마리아신부의 생각’이라는 책을 읽은 후, 협동조합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글이며 독후감이기도 하다.
원글은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블로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