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BBC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의 2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EU 초창기 멤버인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6개국 외무장관들은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브렉시트 사태를 논의했다. <출처=BBC방송, 뉴시스> |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해 27일 “민주주의의 위기가 이번 사태의 중요한 계기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세계화에 발맞춰 국제적으로 민주주의도 확산되어야 할 시점에, 국민국가의 정당들이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기득권으로 비춰지자 국수주의‧민족주의적 성향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정 소장은 “국민국가 내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과 더불어 국제적 민주주의의 확립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난제가 제기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은 “포퓰리즘과 관련해서 이번 사건은 전통적인 의회민주주의, 정당정치에 일대 타격을 가했다”면서 “대형 정당(흔히 양대정당)들은 대중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위기를 겪고 있었다. 각국 대기업과 상층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정책으로 인해 불평등이 심각해졌는데,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질 정도로 현재의 정치가 이를 해결해 줄 것 같지 않자 ‘변혁적인’=기존 질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정 소장은 “곧 가라앉을 것이다, 말 그대로 불확실성 때문에 이리 저리 몰려다니는 거지만, 실제로 무슨 큰 일이 벌어질 거 같지는 않다”고 전망하고 “금융과 언론의 호들갑”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에 대해 정 소장은 “경제성장율이 폭락할 거라는 예측은 별로”라면서 “찬성파 정치인들은 곧 몰락할 것이다. 거짓말을 너무 많이 했다”고 꼬집었다. 관련 EU 탈퇴파 정치인들은 당초 ‘이민자 유입을 줄이겠다’, ‘유럽연합 분담금을 국내 복지 서비스로 돌리자’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가 실제 탈퇴로 결정되자 발언 수위를 낮추고 발뺌을 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대해 정 소장은 “독일과 더욱 친해지려고 할 것”이라며 “브렉시트에는 대영제국에 대한 향수도 섞여 있는데, 국민투표에서 이김으로써 그 향수는 완전히 날아갔다. (영국이) 국제적 발언권은 훨씬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미국의 아시아 리밸런싱(재균형) 전략은 당분간 소강 상태를 보일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미국도 고립주의 성향, 보호주의 성향, ‘이웃 가난하게 하기’ 성향을 보이는데, 이건 신자유주의보다 더 깊게 세계경제를 장기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에 대해선 정 소장은 “유럽의 혼란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며 “독일과는 제조업에서, 영국과는 금융에서 전략적 제휴를 하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유럽연합에 대해 선 정 소장은 “EU와 유로존은 정치통합까지 가든가, 아니면 통화를 다시 분리해야 한다”며 “브렉시트는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치통합, 국민국가를 넘어선 유로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목표”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정세와 관련해선 정 소장은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도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며 “남북의 관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제도적으로 통합한다고 문제가 절반쯤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문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고 남북 관계에 시시하는 바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