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에 화난 중국의 ‘경제보복설’, 괴담 아니다
역대 중국 정부, 외교 갈등을 경제보복으로 연결한 사례
‘정치 지도자가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그 국가는 중국에게 경제 보복을 당한다.’ 마치 괴담과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괴담처럼 느껴지는 이 내용은 독일 괴팅겐 대학의 안드레아스 폭스와 닐스 헨드릭 클란 교수가 ‘국제무역에서의 달라이라마 효과(Paying a Visit: The Dalai Lama Effect on International Trade)’라는 연구를 통해 제기한 학설이다.
연구에 따르면, 후진타오 시대(2003~2008)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가 티벳 독립운동을 이끄는 달라이 라마를 만나면 대(對) 중국 수출이 평균 16.9% 감소했다. 폭스․클란 교수가 이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조사한 국가만 159개국이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7월13일 정의당 긴급토론회에서 이들의 연구를 인용했다.
폭스․클란 교수의 연구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를 배치하기로 한 한국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어서 주목된다. 중국이 반발하는 사드를 배치하면서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직 문제없다”는 정부의 입장 발표에도 중국이 이제껏 외교적 갈등을 경제 보복으로 연결시킨 경우가 잦았기에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 효과’와 유사한 사례는 2000년대 이후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00년에는 한국이 경제보복 피해를 입었다. 바로 ‘마늘파동’이다. 정부는 2000년 한국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산 냉동․절인 마늘의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315%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런 조치에 대해 중국은 일주일 만에 한국의 폴리에틸렌과 휴대폰 수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한국 정부는 중국 마늘 3만2000톤을 30~50% 관세율로 수입하기로 결정하며 물러섰다. 협상에서 중국의 의사가 대부분 관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일본을 상대로도 경제 보복을 한 적이 있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어선과 일본 순시선이 충돌해 분쟁이 생겼다. 당시 일본은 중국 어선의 선장과 선원을 억류했다. 그러자 중국은 일본에 희토류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일본 입장에서 희토류 제재는 타격이 컸다. 희토류는 고성능 모터, 휴대폰 등 일본 대기업이 첨단제품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필요한 희토류 90%를 중국에서 들여와 쓰는 상황이었다. 결국 일본은 나포한 중국인들을 곧바로 석방했다.
같은 해 중국의 저항인사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을 받자 중국은 노르웨이로부터 연어수입을 축소하기도 했다. 2010년 이전 노르웨이산 연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90% 수준이었지만, 4년 만에 30% 이하로 급락했다. 중국은 노르웨이에 대한 제재를 아직도 풀지 않고 있다.
2012년 중국은 필리핀과 남중국해 스카보러섬(중국명 황옌다오)을 두고 분쟁이 일자 필리핀산 바나나 등에 대한 과일 검역을 강화해 무역 장벽을 높였다. 필리핀산 바나나는 절반 정도가 중국으로 수출됐기에 필리핀은 적지 않은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앞선 사례들처럼 중국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경제 보복에 나설 경우 피해가 막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경제는 중국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한국의 대(對)중국․홍콩 수출 비중은 약 31.8%(2015년 기준)다. 중국 진출 한국기업은 2만3000여개(2013년 기준)에 달한다. 2015년 기준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약 598만명이었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45.2%를 차지했다.
정태인 소장은 “비관세장벽 강화, 중국 관광객 통제, 불매운동과 한국 기업이미지 격하, 중국자본 철수,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사업 참여 불이익 등의 보복조치가 예상된다”면서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안이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