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이라는 말은 이를 거론하는 이에 따라 두 가지 뜻으로 쓰이는 듯하다. 한쪽에서는 노동자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을’이 돼 겪는 고통을 해결하고, 임차인들이 부당한 계약에 내쫓기지 않도록 주거 문제를 해결하며, 대기업의 ‘갑질’과 불공정 거래에 맞서 싸우는 경제적 약자들을 지원하는 일로 생각한다. 반면 재벌이 골목 상권에 진출하도록 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세우는 것, ‘노동 개혁’을 통해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 비정규직 규제를 풀어 단기 계약직을 늘리는 것 등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그럼 도대체 민생이란 무엇인가. ‘중산층이라고 하면 중위소득의 50~150% 범위에 있는 가구를 뜻하니까 중산층 이하의 삶이 민생’일진대, 정치권이 이 말을 빼앗고는 자신들이 앞장서 서민들의 민생을 더 챙기는 것처럼 치장하고 있다. 그래서 진짜 민생을 챙기는 쪽이 어느 쪽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민생운동을 이끄는 활동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보기에 시대의 징후와 맥락은 ‘정치 과잉’에서 ‘민생 개혁’, 경제민주화로 옮겨가고 있었다. 정치판의 최상위 이념 논쟁을 벗어나 ‘작은’ 민생의 가치를 헤아려보는 일이 급선무였다. 이 책이 출간된 배경이다.
민생희망본부는 인문학, 사회학, 경제학 분야를 아우르며 비판적 사유를 전개하는 다섯 명을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참여연대 팟캐스트 녹음실과 카페, 대학 연구실 등에서 이뤄졌고, 필요한 경우에는 서면 인터뷰가 추가로 진행됐다. 주제는 민생과 불평등이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즉 이 책의 저자는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아람 작가다. 김동춘 외 지음, 북콤마 펴냄,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