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재인 ‘개혁 드라이브’ 대 안희정 ‘합리적 중도’

안희정, 문재인 회의론 틈새 노려

“포퓰리즘 이제 청산돼야”

구체적 정책 없이 교과서적 발언

문재인, 검찰ㆍ재벌 개혁 깃발

MB정부 책임자 처벌 등 벌려

외연 확장엔 걸림돌 우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해 12월 29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5주기 추모행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남양주=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적 뿌리로 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정책 노선을 두고 확연하게 갈라지고 있다.

야권 진영의 대표주자인 문 전 대표는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며 야성에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반면 후발주자인 안 지사는 합리적 중도 노선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선점하려는 전략인데, 한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책 대결의 싸움을 건 쪽은 일단 안 지사다. 22일 대선출정식에서 “선거에서 특정 계층의 이익을 겨냥한 공약을 내거는 것은 민주주의를 망치는 길이다”거나 “국민들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 시혜적인 정치와 포퓰리즘은 청산돼야 한다”며 ‘반(反) 포퓰리즘’을 외친 것이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다. 군 복무 기간 1년 단축 가능, 일자리 131만개 창출 등 문 전 대표의 정책이 포퓰리즘 논란에 휩싸인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특히 후발 주자들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튀는’ 공약을 내는 것과 달리, 문 전 대표를 따라 잡아야 하는 안 지사가 도리어 반 포퓰리즘 노선을 부각시킨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문재인 회의론’의 빈 틈을 파고 들면서 장기적 호흡의 정공법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지사는 출정식에서 “지금 상황에선 민주당은 (어떤 후보가) 누가 나가도 이긴다. 정권교체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30년 후를 내다볼 리더십이다”고 강조했다. 안 지사 측에서는 “문재인은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안티’도 많지 않냐”며 확장성에 우려를 표하거나, “막상 경쟁이 시작되면 정권을 잡아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불안해하는 시선이 커지게 될 것이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안정과 통합을 트레이드마크로 내세워 문재인의 약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승화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 측면에서도 안 지사의 정치적 기반을 중도 보수층으로 더욱 확장시키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안 지사가 본인의 구체적 정책은 내놓지 않은 채 교과서적인 원칙으로만 일관하는 게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23일 “국민이 낸 세금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것인데 왜 공짜라는 말을 쓰냐. 공짜라는 말은 구태 기득권 보수세력이나 쓰는 말이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 측은 조만간 혁신형 성장과 전통적 복지 수요자에게 사회안전망을 우선적으로 강화하는 정책 비전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냈던 진보경제학자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복지를 시혜적 정치와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는 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에 다름 아니다”고 직격했다.

야권 진영의 대표주자인 문 전 대표는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등 개혁 과제를 선도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이다. 국가대개조를 촉구하는 촛불민심에 부응하면서 대세론을 유지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이명박ㆍ박근혜정권의 적폐를 해소하고, 드라마틱한 변화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문 전 대표는 4대강 사업 등 이명박정부에서 시행된 정책과 관련해서도 이에 동참한 공무원 및 교수진 등까지 책임자 처벌도 벼르고 있다.

최근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전병헌 전 민주당 의원은 “좌클릭이냐 우클릭이냐를 이념적으로 정책을 따지는 것은 구시대 프레임 아니냐”며 “국민이 원하고, 유용하다면 집권자가 의지를 갖고 펼치는 게 정책이다”고 말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과감한 적폐청산과 개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가 관련 당사자들의 반발을 부르고, 외연확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사람의 정책 대결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평가하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자신의 흘러간 이슈가 재조명되는 ‘스포트라이트 이펙트’가 생기고, 안 지사 입장에서도 차별화 전략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된다”며 “상대적으로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관심을 상쇄한다는 점에서 플러스다”고 말했다.

문재인과 안희정 주요 정책 비교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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