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미국과 협상을 시작해야 할 시점인데, 우리는 미리서부터 더 주겠다고 엎드리는 형국입니다.”
3일 정태인 칼폴라니사회연구소장이 tbs 라디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처럼 지적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선거 때부터 집권 이후까지 ‘불확실성’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경제정책을 들고 나왔으며, 단기간 내 미국 경제는 실질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조처로 미국이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달러는 강세를 띨 수밖에 없는데,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원하는 것은 수출 원활화라는 점이다.
미국 수출이 원활해지려면 달러는 약세, 즉 달러의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
게다가 정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 경제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확장하면 세계가 불안정해진다. 이럴 때 각국은 달러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데 이 또한 달러 강세의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불확실성에 기반한 경제·외교 정책, 게다가 자국보호식 무역이라는 조처로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달러 강세를 자초하게 된다는 의미다.
정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싱적인) 경제적 수단으로는 달러를 약세로 돌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환율조작국’을 지명해온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미국을 보호해 성장시키는 정책을 펼치면서, 이 때문에 올라가는 달러 가격은 다른 나라를 ‘때려 잡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처음 환율조작국으로는 미국 일본 한국이 거론됐으며, 최근엔 독일까지 포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985년 레이건 대통령도 플라자합의를 통해 일본과 독일 화폐 가치를 강제적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고 덧붙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되풀이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유진룡 경제부총리 체제는 “문제 없다”는 입장을 띠고 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기준으로 내세운 세 가지 가운데 우리나라는 두 가지만 포함되기 때문에 환율조작국으로 지명되지 않을 거란 논리다.
정 소장은 “세 가지 조건이란 대미흑자 200억 이상,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3% 이상, 달러 등 외화 매입에 GDP 2% 이상 등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앞의 두 가지만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중국 일본 한국 독일 4 나라 가운데 기준 3가지에 모두 해당되는 나라는 한 곳도 없다.
정 소장은 또 “우리나라는 기준 2개를 충족하지만 나머지 나라는 1개만 충족한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가장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상이 필요한 시점인데 대책이라고 세운 게 미국으로부터 셰일가스 수입을 늘리겠다는 거다. 사전에 먼저 엎드리겠다는 건데, 이럴 경우 오히려 미국이 더 과도한 요구를 해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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