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됐다.
박영수 특검은 지난 1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횡령, 재산 국외 도피,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법원은 장고 끝에 17일 새벽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로써 삼성은 79년 만에 총수가 구속되는 치욕을 맞았지만, 정권과 결탁해 저지른 삼성의 ‘범죄 인연’은 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 사건이 박근혜-이재용 사이의 범죄 인연이었다면 선대인 박정희-이병철 시절에는 좀더 노골적인 공모와 범죄가 이뤄졌다.
칼폴라니사회연구소 정태인 소장은 최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사카린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던 당시 한국은 농업비중이 70%를 차지할 만큼 높았으며, 경제 개발에 ‘비료’는 매우 중요한 자원으로 꼽혔다.
박정희 정권은 당시 이병철 회장이 있던 삼성에게 비료 공장 건립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차관을 들여오며 약 100만 달러를 ‘커미션’으로 챙겼다.
정 소장은 “당시 100만 달러면 지금 기준 대략 1000억 원 규모”라고 추정했다.
중앙정보부까지 나서 정부-기업이 공모한 밀수를 도와준 것으로 유명한 ‘사카린 사건’ 또한 이때 자행된다.
정 소장은 “폭리를 취하기 위해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사용하는 설탕 대용품 ‘사카린’을 들여오는 과정에서 박정희 정권과 삼성이 밀수를 공모하고 이를 중앙정보부가 나서 도와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밀수돼 온 사카린을 하역하던 인부가 몰래 사카린 몇 포대를 훔치는데 장물로 떠돌던 사카린이 경향신문에 적발, 보도되면서 사건은 백일하에 드런난다.
이 같은 내용은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 씨의 자서전에도 언급된 내용이다.
정 소장은 “대통령이 밀수했다고 할 수 없으니 모든 죄는 이병철 회장이 뒤집어쓰는 듯했지만 이때도 구속은 면했다”며 “엉뚱하게도 구속된 건 이병철 회장 차남 이창희 씨였고, 이 과정에서 이맹희 씨가 눈밖에 나 삼성은 셋째 이건희 전 회장이 승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박근혜-이재용 공모 사건은 이처럼 선대에서 이미 박정희-이병철 공모사건과 맞닿은 것”이라며 “양쪽의 이익을 위해 돈을 나눠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